IQ 가 지배하는 세태, 그리고 멘사 댓글 놀이(경향신문)
등록일 l 07-03-08 18:01 조회 l 7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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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Q 에 대한 믿음 그리고 멘사 댓글놀이] : 기사 제목 수정

영화 ‘아이큐’에서 자동차 정비공인 주인공은 한 인텔리 여성의 사랑을 얻기 위해 물리학자로 탈바꿈하는 대대적인 거짓말 작전에 돌입한다. 그를 도와주는 박사는 주인공에게 각종 IQ(지능지수) 테스트를 거치게 한 뒤 정식 물리학 박사로 공인받게 해준다. 주인공의 작전은 비록 실패로 끝나지만 영화의 결말은 보기 좋은 해피엔딩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IQ에 대한 맹목적 믿음’에 빠져있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는 건 씁쓸한 일이다.

IQ 집착에 대항해 최근에는 EQ(감성지수), SQ(사회지수) 등 다른 인성 지수들이 주목받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사회 곳곳에서 IQ를 의식하는 모습은 여전하다. 일례로 지난달초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인기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화제를 모은 ‘멘사코리아’가 대표적이다. 소위 IQ 148 이상 두뇌들의 모임인 멘사코리아 회원들의 댓글놀이가 네티즌 사이에서 ‘천재 놀이’라고 회자됐던 것이다. 한 멘사 회원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놀이는 한 사람이 여덟 글자로 된 댓글을 남기면 다음 댓글은 아홉자가 되고 그 다음은 열자가 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결국 멘사코리아 사이트(www.mensakorea.org)에 대한 호기심으로 접속량이 폭주, 1998년 설립 이래 처음으로 서버가 다운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네티즌들은 “천재들의 놀이는 달라도 뭔가 다르다”며 부러움을 표하는 쪽과 “자기들만의 세계에서 즐긴다”며 그 폐쇄성을 비난하는 쪽으로 양분됐다. 멘사코리아의 김현 홍보분과장은 “멘사는 어디까지나 국제적으로 결성된 친목단체로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그런 집단은 아니다”라며 “전체 회원 중 서울대 출신은 10%도 안되며 평범한 이들이 다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선 학생들 사이에서는 ‘멘사 회원은 곧 수재’라는 등식이 널리 퍼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어떻게 하면 멘사회원이 될 수 있는 지를 문의하는 글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적성검사 전문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한국사회적성개발원의 한재우 대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성·지능·진로 등 3개 부문으로 나눠진 검사를 진행해 상담해보면 결국 부모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는 지능(IQ)에 관한 것”이라며 “이는 머리가 좋아야 결국 뭐든 잘 할 것이라는 기대 심리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 방송 프로그램의 의뢰를 받아 영재라는 아이의 지능을 테스트한 적이 있는데 IQ가 평균 정도로 나오자 결국 아이 엄마가 방송을 전격 취소한 적이 있다”며 “축구선수 박주영의 IQ가 150이라는 보도만 봐도 우리 사회가 얼마나 IQ에 집착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 입사시험에서 인·적성검사라는 이름으로 치러지는 테스트 역시 IQ 테스트와 유사한 검사를 일정 부분 포함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SK그룹의 SK종합적성검사, 두산그룹의 두산적성검사(DCAT), CJ그룹의 직무적성검사(BJI TEST) 등 웬만한 중견 기업 이상은 이를 사원 모집에 활용하고 있다. 취업정보업체 스카우트의 한 관계자는 “출신대학이나 학점 등이 서류전형의 합격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로 점차 사용되지 않으면서, 상대적으로 인·적성검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대기업과 공기업의 70% 이상이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취업정보업체 커리어의 관계자도 “신입사원의 경우 인·적성검사가 참고사항 정도로 고려되지만 경력직의 경우 당락을 좌우하는 관건이 될 만큼 비중이 크다”고 밝혔다.

전문가들과 교육 관계자들은 IQ와 영재 여부, 또는 사회적 성공과의 상관관계는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또 국가 차원에서 표준화된 IQ 테스트가 없어 검사 기관마다 측정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한국사회적성개발원의 한대표는 “단순히 IQ 테스트에서 130을 받았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자신의 지능지수가 전체 집단 속에서 상대적으로 어느 위치에 있는지 해석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문제점으로 인해 교육현장에서는 과거와 달리 학교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치러지는 IQ 테스트가 많이 사라지고 있는 분위기다. 서울시교육청 홍덕표 영재교육팀장은 “생활기록부에 IQ를 적는 난이 없어지면서 IQ만을 높게 평가하는 교육 분위기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며 “대신 2002년 시행된 영재교육진흥법 시행을 통해 과학·수학·정보과학(IT)·예술 등 각 분야에 재능이 있는 영재를 발굴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문주영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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