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의 나라 A국의 밀림 속을 뚫고 들어간 은요일 요원과 7명의 A국 무장경찰관들은 밀림 속 공터 한가운데에 있는 외딴 반군 마을을 기습했다.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갑자기 기습을 받은 반군들은 속수무책이었다. A국 경찰은 순식간에 13명의 반군을 사살했다.
하지만 은요일 요원이 구출하려던 한국인 왕추리 씨는 이미 싸늘한 시체로 변해 외딴 움막 안에 버려져 있었다. 상태로 보아 죽은 지 며칠은 지난 것 같았다. 납치된 날 사살된 것 같았다. 살아있을 것이라 믿고 현지 경찰 몇 명만을 데리고 서둘러 작전을 펼친 것인데 보람이 사라졌다.
마을 안에 숨어 있던 반군들을 모두 제거했다고 생각하고 포로로 잡힌 5명의 반군들을 데리고 철수하려는 순간 쾅 하는 폭발음에 이어 자동소총 소리가 들려왔다. 은요일 요원은 쓰러지듯 급히 땅바닥에 엎드리며 총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소총의 방아쇠를 당겨댔다.
탕! 탕! 탕!
총소리로 보아 적은 한 명이었다.
총소리를 따라 눈을 굴리니 수류탄이 터질 때 피어난 뿌연 먼지 사이로 어느 집 뒤에 숨어 총을 쏘고 있는 누군가가 보였다. 은요일 요원은 그 사람을 정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탕탕. 놈이 뒤로 푹 쓰러지는 것이 보였다.
적을 사살하고 난 은요일 요원이 옆을 돌아보니 같이 있던 현지 경찰 모두가 땅에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었다. 수류탄 파편에 맞았거나 총을 맞고 모두 사망했고 단 한 명만 살아있었는데 그 경찰도 수류탄 파편에 부상을 입었다.
부상을 당한 경찰이 생기자 은요일 요원은 포로들을 어떻게 할까 망설여졌다. 그들을 데려갈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그냥 두고 가면 분명 자신들을 추격해올 것이다. 은요일 요원은 부상자를 데리고 몇 20킬로미터의 숲을 헤쳐나가야 했다. 그렇다고 그들을 모두 사살하고 갈 수도 없는 문제였다.
망설일 시간조차 없었다. 인근에 있는 반군들이 수류탄이 터지는 소리와 총소리를 들었을 테니 곧 무장을 하고 몰려올 것이다.
은요일 요원은 포로들을 창고로 이동시켰다. 급한 대로 포로들을 창고에 가둬놓은 뒤 부상자를 데리고 숲을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은요일 요원이 창고 문을 닫으려고 하는데 부상당한 현지 경찰이 잠깐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왜 그러죠?”
“이 마을에 우리 경찰에 정보를 건네주고 도움을 준 협력자가 있습니다. 그 사람을 그냥 두고 떠나면 우리에게 정보를 건네준 사실이 발각되어 목숨을 잃게 될 겁니다. 그 사람들을 데려가야 합니다.”
“그게 누구죠? 이 포로들 중에 있나요?”
“그런데 그게….”
부상을 당한 현지 경찰은 이 마을에 경찰 협력자가 있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 그게 누군지, 몇 명이나 있는지 그런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외국인 인질을 구하기 위해 서둘러 기습작전을 펼치느라 그게 누구인지 알고 있는 경찰이 따라오지 못했다고 했다.
경찰과 내통한 사람을 그냥 두고 가면 반군의 손에 처형될 것이라니 은요일 요원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은요일 요원은 잠시 생각하다 다섯 명의 포로들을 한 명씩 불러내 한마디씩 물어보고 다른 창고에 가뒀다. 다섯 명의 반군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A: C만 반군입니다. 나머지는 경찰 편입니다. 경찰 편인 우리는 경찰이 기습하는 순간 싸우지 않고 모두 숨어 있었습니다.
B: C와 D가 반군입니다. 나와 A와 E는 반군이 아닙니다.
C: A와 B와 D가 반군입니다. 나와 E는 반군이 아닙니다.
D: 나를 제외하고 모두 반군입니다. 나 혼자만 반군이 아닙니다.
E: 우리는 모두 반군이 아닙니다. 반군은 모두 사살되었고 반군이 아닌 우리는 싸우지 않고 숨어 있었기 때문에 목숨을 건진 겁니다.
포로들은 모두 자신은 절대 반군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반군이 누구인지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모두 달랐다. 왜 그런 것일까?
반군들은 분명 자신이나 자신의 동료를 은요일 요원이 데려가게 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야 숲속에서 기회를 보아 은요일 요원과 부상당한 현지 경찰을 처치할 테니까. 하지만 서로 입을 맞추지는 못한 것 같았다. 그럴 시간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가지각색의 거짓말이 난무하고 있는 것일 터였다.
포로들의 이야기를 들은 은요일 요원은 머리가 복잡했다. 만약 판단착오로 반군을 데려가면 분명 숲속에서 공격을 받게 될 터였다.
“반군들이 경찰 협력자가 누구인지 정말 알고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전에, 경찰 협력자를 알고 있는 우리 경찰관이 말하길 우리가 기습을 하는 순간 반군들은 내통자가 누구인지 곧바로 알게 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이미 모든 사람이 내통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을 겁니다.”
“그래요. 그럼 경찰 협력자가 다수라면 서로 간에도 누가 경찰 협력자인지 알고 있겠군요?”
“그야 당연하죠.”
잠시 생각하던 은요일 요원은 곧 경찰 협력자가 누구인지 알았다는 듯이 손뼉을 쳤다.
포로들 중에 경찰 협력자가 있다면 누구, 또는 누구누구일까?